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뭐하러 힘들게 높이 오를까. 내 생각은 아니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5집 수록곡 ‘등산은 왜 할까’1의 일부다. 이 노래를 좋아해서 등산하면서도 자주 흥얼대고는 하는데, 등산할 때 부르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특유의 시니컬한 가사가 장기하의 창법과 꽤나 잘 맞아떨어지는 노래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싸구려커피 같은 노래들로 많이 알려져있지만 그저 우스운 노래들을 만드는 그런 밴드는 아니었다. 좋을 곡과 앨범들이 많은 밴드다. 지금은 해체해 아쉽다.
초반 도입부와 장기하의 덤덤한 듯한 창법에 자칫 냉소적인 노래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곡이 설명하고자 하는 바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제발 시니컬해지지 마세요”
코난 오브라이언이 자신이 진행하던 토크쇼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2이 인터넷에 떠돌았던 적이 있다. 코난 오브라이언이라는 사람에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대비되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진지하게, 열심히 살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라는 말도 인상깊었다.
만사가 그렇다. 팔짱끼고 삐뚤게 바라보면 언제나 문제점은 많다. 어설픈 것도 많고 부족한 부분들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걸 지적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게다가 겉으로 들어봤을 때는 꽤나 합리적이어서, 주변 사람들한테도 설득하기 좋다. “그건 안돼”라고 말하는 건 언제나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할 수 있는 인스턴트 푸드 같은 말이다.
반면 “돼”라고 하는 건 사실 힘든 일이다. 말은 쉽지, 결국 주변 환경에 따라 다시 흘려보내게 되기 마련이다. ‘맞아, 그거 별론거 같아.’ ‘아 다른 사람들도 이미 하고 있는 거구나’ ‘그러게, 굳이 할 필요없겠지?’에 쉽게 넘어간다.
나도 그렇다. 유혹에 빠질 때가 많다. 몇 번 유혹에 넘어간 적도 있다. 가만히 앉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켜만보다 결국 시니컬해지는 데 익숙해져버렸다. 습관이 잘못 든 것이다. 나 자신의 보전을 위해서 적당한 일이나 하면서 적당하게 마무리하는게 당연해져버렸다. 주변의 도전과 아이디어를 냉소적으로 평가한다.
냉소의 구렁텅이에 빠질 때마다 내가 왜 개발자가 되려고 했는 지 생각한다. 잘 갖춰진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일을 완료하기 보다 내 능력으로 더 뿌듯하고 보람찬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내가 갖춰야할 무기는 명확하다. 시니컬해지기보다 뻔뻔해지자. 빤빤하게 고개들이밀고 하고 싶은 걸 해내자.